들어가며
2021년 신년 벽두에 미국 통화감독청(OCC)이 발표한 법령 해석 의견서가 금융 및 블록체인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의견서는 연방 규제를 받는 은행과 금융기관들이 “독립적인 노드 검증 네트워크”, 즉 블록체인 네트워크 노드 운영에 참여하거나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을 지불 행위에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견서는 은행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금융 중개 기관으로서 통화와 신용이 다양한 경제 주체들 사이에서 수월하게 융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은행의 중계자로서의 역할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면서 시장의 니즈에 맞추어 발전해왔고, 이제는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지불 수단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시장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기까지 이르렀다고 밝히고 있다.
이 발표 이후 블록체인 관계자들 사이에는 미국의 CBDC 달러 패권과 같은 거시적인 이야기들부터 시작해서 개인 투자자들 사이의 이더리움 가격 동향과 같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OCC의 입장문은 블록체인이기만 하면 다 된다고 하는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니다.
(1)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효율성, 안정성을 개선하고자 하는 기대 효용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고 (2) BSA/AML과 같은 risk에 대한 규제 대응 필요성 또한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에 국내 유일하게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여 서비스하고 있고 싱가포르에서 KYC/AML 솔루션 VerifyVASP를 서비스하고 있는 람다256에서는 본 사안을 실제 사례를 들어 보다 상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이더리움의 낮은 효율성
1. 인도네시아 IDRT 사례
인도네시아 전체 국민 중 66%가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반면에 모바일 보급률은 매우 높아서 다양한 형태의 이머니들이 은행 계좌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러한 인도네시아야말로 자연스럽게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니즈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마침 인도네시아에는 이러한 Unbanked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IDRT팀이 인도네시아 루피아(Rupiah) 화폐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IDRT 팀은 이더리움으로 PoC를 시작한 뒤 다음과 같은 문제를 겪기 시작한다.
- IDRT로 지불할 때 ETH로 수수료를 내야 하는 이더리움 가스 Fee 구조는 일반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 상황에 비유하면 유저A가 유저B에게 10,000원을 전송하려면 수수료로 50센트를 내야 하는 2종 화폐 구조로 수수료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네트워크 대역폭 상황에 따라 급등할 수 있음)
- 이더리움 TPS와 블록컨펌속도 이슈: 낮은 TPS (평균 15)에 블록 컨펌에 90초까지 소요되어 실시간 서비스가 불가능함
- 프라이버시 이슈: 이더리움 전송 기록은 모두 public하게 공개되므로 투명성은 높아지는 반면, 프라이버시 이슈가 발생하여 확산에 장애가 됨
- 사업모델의 어려움: 이더리움의 경우 네트워크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순간 mint 수수료를 받을 수 있으나 이후 유연한 전송 수수료 등의 정책을 활용하기 어려움
이러한 이유로 IDRT 팀은 루니버스를 찾아오게 되었고, 루니버스는 스테이블 코인 솔루션을 별도로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2. 나이지리아 Gluwa 사례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문제는 이미 성공적인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에 더 큰 문제가 되었다. USD는 물론 나이지리아 달러화에 페깅된 스테이블 코인을 별도로 발행하면서 나이지리아, 베트남 등 금융 소외국 600만 명을 공략하고 있는 글루와(Gluwa)는 이더리움 가스비가 폭등하자 역시 같은 문제로 루니버스 기술팀을 찾아오게 되었다. 글루와 팀은 다음과 같이 루니버스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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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i서비스들로 인해 이더리움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평균 가스비가 $8.95에 달하고 유니스왑 가스비는 $55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더리움은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어, 이더리움 확장성 문제를 루니버스 솔루션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Regulation 이슈
자금세탁 및 공중협박자금조달 방지 의무와 관련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는 금융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규제 중 하나로서 국내에는 특금법으로 관련 의무사항을 명확히 하고 있다. FATF의 권고 사항의 핵심적인 부분은 Travel Rule 즉 송금인과 수취인을 모두 파악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이 규정은 국내에서는 1년간 적용 유예가 되고 있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이미 구체적인 준수사항들이 명확히 규정되어 관련 의무의 이행이 필수적이다.
람다256은 싱가포르 소재 Reg 테크 기업인 VerifyVASP와 협업하여 해당 프로토콜 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미 싱가포르 블록체인 협회, 인도네시아 블록체인 협회를 비롯하여 20여 개 주요 디지털 자산 기관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VASP들 간의 전송 기록에 대해서는 거래소 운영 경험을 활용하여 누구보다 안전하게 그리고 개인정보를 노출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솔루션을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익명의 노드와 주소들을 전제로 하는 기존의 이더리움 구조에서는 아무리 VASP들에게 높은 수준의 규제 준수를 요구하더라도 기존 탈중앙 네트워크로 자산이 전송되는 순간 다시 익명의 세계로 넘어가게 된다. 이러한 익명성 구조를 전제로 하는 기술로 구현된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시장에서 얼마나 환영받을 수 있을지, 그리고 은행이 그러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며 책임을 떠안으려 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
마치며
루니버스는 이더리움을 대체하기보다는 그 기술적 가치와 가능성을 계승하면서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지향하고 있다. 그 시작으로 이더리움이 15TPS 정도로 네트워크의 처리 속도를 제한하고 최대한의 높은 신뢰도를 추구할 때, 루니버스는 1000TPS가 넘는 Layer 2 기술을 통해 대규모 게임이나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이 안정적으로 구동 가능한 환경을 구축했다. 여기에는 Gas Fee와 PrivateKey Wallet의 관리 등을 포함한 수많은 엔드유저 편의성 이슈들도 포함된다.
그리고 이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등장하면서 던졌던 가장 중요한 화두, Internet of Value라 불리면서 금융시장의 새로운 백엔드로서 가능성을 제시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루니버스는 스테이블 코인 솔루션과 각종 규제 대응 기술을 통해 마찬가지로 이더리움을 보완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다시 서두로 돌아와, 가장 규제가 심한 미국의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즉 프로그래머블 머니(Programmable Money)의 발행을 검토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들이 담고 싶은 프로그램은 어떤 기능이고 그러한 프로그램이 구동될 수 있는 금융시장의 백엔드로서의 블록체인은 어떤 요구사항을 수용해야 할까?
람다256 설립 3년 차를 맞아서 이에 대한 답변을 후속 블로그로 이어서 공개하고자 한다.